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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어떤 얘길 먼저 꺼낼까 음
너는 이유도 없이 헤어지자 말했어
차라리 질린다고 말하지
바라는 게 많아서 지쳤다고 말하지
우린 맞지않는다는
그런 구차한 변명이라도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거짓말이라도 하지
네가 나쁜 사람이라면
조금 더 마음 편하게
잊을 수 있을 텐데
아팠던 기억도 좋았던 추억도
네가 나쁜 사람이라면
조금 더 쉽게
떠날 수 있을 텐데
차라리
나를 두고 떠난 너는
행복하게 지내겠지
나만 보면 웃던 너라서
그게 버거운 거야
네가 나쁜 사람이라면
조금 더 마음 편하게
잊을 수 있을 텐데
아팠던 기억도 좋았던 추억도
네가 나쁜 사람이라면
조금 더 쉽게
떠날 수 있을 텐데
넌 내게 좋은 사람이라서
난 이제 어쩔 수 없는데
내가 더 노력했다면
지금도 내 옆에 있을까
내가 더 사랑했다면
여전히 내게
좋은 사람이었을까
차라리
사실 이 가사를 처음 쓰게 된 시점은 연애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 사귀던 상대와 이미 2년을 만났고 3주년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고 잦은 다툼에 서로 지쳐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난 꿈을 꾸던 사람이고 상대는 돈을 좇는 직장인이었다. 달라도 너무 다른 성격과 가치관, 꿈까지 아무리 오래 만나도 맞출 수 없었다. 이제 끝이 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쯤 [마지막 편지]라는 가제로 가사를 쓰게 됐었다. 첫 문장이 "어떤 얘기를 먼저 꺼낼까 음"이었는데 오래 만나고 나니까 상대가 너무 익숙하고 헤어진다는 게 상상이 되지 않아서 이어나가지 못한 가사였다. 근데 막상 이별하고 나니까 거짓말처럼 가사가 술술 나왔다.
"어떤 얘기를 먼저 꺼낼까 음" 다음 가사로는 "너는 이유도 없이 헤어지자 말했어"라고 말하는데 이별하는 상황에서 헤어지자는 말을 들을 때 이유가 정말 없던 건 아니었다. 근데 말도 안 되는 이유들을 늘어놓고 헤어지자고 하니까 나에게는 이유가 없었던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차라리 "너 질려 바라는 게 너무 많아서 지친다고", "넌 나랑 맞지 않아", "나 다른 여자 생겼어"라는 "구차한 변명이나 거짓말이라도 했으면" 네가 나빠서 금방 잊을 수 있을 텐데 넌 그런 변명조차도 없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여전히 잊지 못하고 미련을 갖고 온갖 추억들을 떠올리는 사람이 되버린 내가 되었다.
그렇게 모든 Verse 내용을 더욱 함축하여 쓴 가사는 후렴구가 되었다. "네가 나쁜 사람이라면 조금 더 맘 편하게 잊을 수 있을텐데 아팠던 기억도, 좋았던 추억도 네가 나쁜 사람이라면 조금 더 쉽게 떠날 수 있을 텐데"나쁜 사람이 되기 싫어서였을 수도 있지만 차라리 나쁜 상대이길 바라는 마음은 이별한 후에 누구나 갖고 있는 소망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결국 나를 떠난 상대는 나 없이도 행복할 거고 나는 여전히 날 보며 웃던 상대를 생각하며 하루를 산다. "나를 두고 떠난 너는 행복하게 지내겠지, 나만 보면 웃던 너라서 그게 버거운 거야"
마지막 구간은 두 번째 후렴 구간인데 그래서 "넌 아직도 좋은 사람이라 어쩔 수 없이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헤어지기 전에 내가 좀 더 노력했다면 넌 내 옆에 있었을까 내가 좀 더 사랑했다면 여전히 내 옆에 좋은 사람으로 남았을까" 하는 마음으로 마무리를 짓게 되었다.
헤어짐은 늘 아쉬움으로 남고 결국 차도, 차여도 후회가 완전히 없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차라리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까 제목을 차라리로 바꾸게 됐다. 누군가에 소망이 내 소망이 되기도 하는 게 [이별]이라는 소재이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 가사는 처음에 바람피운 상대에게 차인 사람의 감정에 이입하며 쓰려고 했던 가사였어요. "내가 널 너무 사랑해서 욕심을 덜 부렸다면 아마 네가 바람을 피우지 않았겠지, 나쁜 사람이 되지 않았겠지'"를 돌려 말하려고 했는데 워낙 제가 돌려 말하는 걸 잘못하다 보니까 감정이 자꾸 얽혀버리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에 감정들로 바꾸게 되며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여 완성된 가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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